박지성·이영표·박주호 합류한 K-축구 혁신위원회, 한국 축구를 정말 바꿀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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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북중미 월드컵을 통해 한국 축구의 구조적인 문제가 다시 드러난 가운데, 문화체육관광부가 한국 축구의 중장기 개혁 방향을 논의할 ‘K-축구 혁신위원회’를 출범시킨다.
문화체육관광부는 2026년 7월 3일 K-축구 혁신위원회 구성을 발표하고, 7월 6일 서울 올림픽파크텔에서 공식 출범식을 개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위원회는 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 박지성 국제축구연맹 FIFA 분과위원회 위원이 공동위원장을 맡는다. 이영표·박주호 해설위원을 비롯해 대한체육회, 대한축구협회, 한국프로축구연맹 관계자와 법률·스포츠정책 전문가들이 함께 참여한다.
다만 이번 위원회는 대한축구협회 내부에 설치되는 상설 조직이 아니라, 문화체육관광부가 중심이 돼 운영하는 한시적 기구다. 따라서 위원회가 어떤 개혁안을 내놓느냐 못지않게, 제안된 내용을 대한축구협회와 프로축구연맹이 실제 제도에 반영할 수 있느냐가 중요해질 전망이다.
K-축구 혁신위원회가 만들어진 이유
이번 혁신위원회는 2026 북중미 월드컵을 계기로 제기된 한국 축구의 혁신 요구에 대응하기 위해 구성됐다.
한국 축구가 해결해야 할 문제는 대표팀 감독 한 명을 교체하는 수준에 머물지 않는다. 대표팀 감독 선임 과정의 투명성, 대한축구협회의 의사결정 구조, 유소년 선수 육성 방식, 지도자 교육, 프로와 아마추어의 연결, 데이터 및 첨단 기술 활용 등 축구 시스템 전반을 점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문화체육관광부가 밝힌 주요 논의 과제는 크게 세 가지다.
첫 번째는 K-축구 거버넌스 개선이다. 대한축구협회와 관련 기관의 의사결정 절차를 어떻게 투명하게 만들고, 책임 소재를 분명하게 할 것인지가 핵심이다.
두 번째는 유소년 선수 육성 체계다. 학교 축구와 클럽 축구의 연계, 어린 선수들의 경기 출전 기회, 지도자 양성과 평가 시스템 등이 논의될 가능성이 높다.
세 번째는 첨단 기술 시스템 도입이다. 선수 데이터 관리, 경기 영상 분석, 부상 예방, 유망주 발굴 등에 과학적이고 일관된 시스템을 적용하는 방안이 검토될 것으로 보인다.
공동위원장 최휘영, 플랫폼 경영 경험을 축구 행정에 접목할까
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연합뉴스와 YTN 기자를 거쳐 야후코리아에서 근무했으며, 이후 네이버를 운영하는 NHN의 대표이사를 맡았다.
인터파크와 트리플 등 관광·온라인 플랫폼 기업의 경영에도 참여했고, 2025년 7월부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으로 재직하고 있다.
최 장관은 전통적인 체육 행정가보다는 언론, 인터넷 플랫폼, 관광산업과 기업 경영 분야에서 경험을 쌓은 인물이다. 이러한 이력은 축구 행정을 팬과 이용자 중심의 관점에서 바라보고, 데이터와 디지털 시스템을 도입하는 데 강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
반면 축구 현장의 특수성과 대한축구협회 내부 구조를 충분히 이해해야 한다는 과제도 있다. 박지성 공동위원장과 현장 출신 위원들이 이 부분을 보완하는 구조로 해석할 수 있다.
박지성 공동위원장, 선수의 경험을 제도 변화로 연결할 수 있을까
박지성은 한국 축구를 대표하는 선수 중 한 명이다. 2002 한일 월드컵 4강의 주역으로 활약했고, 네덜란드 PSV 에인트호번과 잉글랜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등 유럽 정상급 무대에서 뛰었다.
그가 혁신위원회에서 보여줄 수 있는 가장 큰 강점은 한국 축구와 유럽 선진 축구 시스템을 모두 경험했다는 점이다. 선수 관리, 훈련 환경, 유소년 육성, 구단 운영, 지도자와 선수 간의 관계를 직접 비교해 볼 수 있는 위치에 있다.
현재 공식 발표에서는 박지성을 FIFA 분과위원회 위원으로 소개하고 있다. 국제 축구 행정의 흐름을 접하고 있는 만큼 한국 축구의 문제를 국내 시각에만 머물지 않고 국제적인 기준에서 검토할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
그러나 박지성이라는 이름 자체가 개혁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공동위원장으로서 여러 기관의 이해관계를 조정하고, 구체적인 제도 개선안을 만들어 내는 행정적 리더십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
이영표, 선수·행정가·구단 경영 경험을 모두 갖춘 인물
이영표 역시 2002 한일 월드컵 4강 멤버로, PSV 에인트호번과 토트넘 홋스퍼 등에서 선수 생활을 했다.
은퇴 이후에는 해설위원으로 활동했으며, 대한축구협회 부회장과 강원FC 대표이사를 맡아 축구 행정과 프로구단 경영을 직접 경험했다.
강원FC 대표 시절에는 젊은 선수들의 경기 경험을 확대하기 위한 B팀 운영과 지역 연계 방안을 강조했다. 그는 유럽에서 경험한 유소년 육성과 구단 시스템을 한국 실정에 적용해야 한다는 의견도 지속해서 제시해 왔다.
혁신위원회에서는 유소년 선수의 성장 경로, 프로 B팀과 하부리그의 연계, 구단 경영과 리그 경쟁력 분야에서 구체적인 의견을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박주호, 현장의 문제를 공개적으로 제기했던 위원
박주호는 스위스 FC바젤과 독일 마인츠, 보루시아 도르트문트 등에서 활약했고, 국가대표 수비수와 미드필더로도 뛰었다.
은퇴 이후 축구 해설과 콘텐츠 활동을 이어가던 그는 2024년 대한축구협회 국가대표전력강화위원회 위원으로 참여했다. 이후 대표팀 감독 선임 과정과 관련해 위원회 내부 논의가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는 취지의 문제를 공개적으로 제기하면서 큰 주목을 받았다.
박주호의 참여는 혁신위원회가 기존 축구 행정에 비판적인 목소리도 포함했다는 상징성을 가진다.
특히 감독 선임 절차, 위원회의 권한과 책임, 회의 내용의 기록 및 공개 범위 등 축구 행정의 투명성 문제에서 적극적인 역할이 기대된다.
유승민 대한체육회장, 국제 스포츠 행정 경험 담당
유승민 대한체육회장은 2004 아테네 올림픽 탁구 남자 단식 금메달리스트 출신이다.
선수 은퇴 이후 국제올림픽위원회 IOC 선수위원과 IOC 선수위원회 부위원장 등 국제 스포츠 행정 분야에서 활동했다. 축구계 출신은 아니지만, 종목 단체의 운영과 선수 권익, 국제 스포츠 조직의 의사결정 구조를 경험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한국 축구의 문제를 축구계 내부의 관점에서만 바라보지 않고, 대한체육회와 다른 종목의 운영 사례, 국제 스포츠 거버넌스 기준과 비교하는 역할을 맡을 수 있다.
다만 대한체육회장이라는 현직 기관장의 참여가 실질적인 제도 협력으로 이어질지, 상징적 참여에 머물지는 향후 활동을 지켜봐야 한다.
김승희 대한축구협회 전무이사, 내부 실행의 핵심 인물
김승희 대한축구협회 전무이사는 1990년 실업축구 철도청에 입단한 뒤 대전 코레일에서 선수, 코치, 감독을 두루 경험했다.
약 35년 동안 한 팀에서 활동한 ‘원클럽맨’으로 알려졌으며, 2025년 대한축구협회의 행정을 총괄하는 전무이사로 선임됐다.
김 전무이사가 혁신위원회에 참여한다는 것은 위원회의 제안이 대한축구협회 내부 행정과 연결될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외부 위원들이 아무리 좋은 방안을 제안해도 협회 내부에서 이를 실행할 담당자가 없다면 변화는 어렵기 때문이다.
반대로 혁신의 대상이 될 수 있는 대한축구협회의 핵심 관계자가 위원으로 참여한다는 점에서 위원회의 독립성이 약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올 수 있다.
김 전무이사가 협회의 입장을 방어하는 역할에 머물지 않고, 외부의 문제 제기를 실제 조직 개편과 규정 개선으로 연결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조연상 프로축구연맹 사무총장, K리그 산업과 현장 연결
조연상 한국프로축구연맹 사무총장은 2013년 연맹 홍보마케팅팀장으로 합류했으며, 2016년부터 사무국장으로 연맹 실무를 총괄했다. 2021년 사무총장에 선임된 뒤 2025년 연임됐다.
그는 중계권, 통합 마케팅, 구단 재정 건전성, 신규 수익 사업과 같은 K리그의 산업적인 문제를 다뤄왔다.
한국 축구의 경쟁력은 국가대표팀만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선수들이 매주 경기를 뛰는 K리그의 경쟁력, 구단 재정, 관중 확대, 중계 환경, 유소년 팀 운영이 함께 성장해야 한다.
조 사무총장은 혁신위원회에서 대표팀 중심의 논의를 프로리그와 구단의 현실까지 확장하는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유영근 변호사, 축구 행정의 법률적 기준 점검
유영근 법무법인 우승 대표변호사는 법률 전문가 자격으로 위원회에 참여한다.
축구 행정의 개혁은 단순히 담당자를 바꾸는 것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대한축구협회 정관과 각종 위원회 규정, 임원 선임 절차, 감독 선임 과정, 징계 및 감사 제도처럼 법률적 검토가 필요한 분야가 많다.
유 변호사는 위원회의 개혁안이 현행 법률과 단체 규정에 부합하는지 살피고, 투명한 의사결정 구조를 제도화하는 과정에서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구체적으로 어떤 분야를 담당할지는 출범 이후 공개되는 위원회 운영 계획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
김대희 국립부경대 교수, 스포츠법과 정책 전문가
김대희 국립부경대학교 교수는 스포츠법·스포츠정책·스포츠제도를 주요 연구 분야로 삼고 있다.
건국대학교에서 법학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국민체육진흥공단 한국스포츠정책과학원에서 선임연구위원으로 근무했다. 대한체육회 혁신위원회 제도개선소위원회 위원과 한국체육학회 제도개선위원회 위원 등을 지낸 경력도 있다.
현재는 스포츠 관련 법률과 제도, 정책, 안전 분야를 연구하고 있으며, 스포츠클럽 육성과 관련된 국회 공청회에 전문가로 참석한 경험도 있다.
김 교수는 현장 축구인들의 제안을 정책 문서와 제도 개선안으로 구체화하는 역할을 맡을 수 있다. 특히 유소년 육성, 스포츠클럽, 학교 체육과 엘리트 체육의 연계 문제에서 전문성을 발휘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위원회 구성에서 눈에 띄는 점
이번 위원회의 가장 큰 특징은 축구 스타 출신 인사들만으로 구성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박지성·이영표·박주호가 선수와 현장의 관점을 담당하고, 김승희 전무이사와 조연상 사무총장이 대한축구협회 및 프로리그의 실무를 연결한다.
유승민 회장은 국제 스포츠 행정과 선수 권익의 관점을 제공하며, 유영근 변호사와 김대희 교수는 법률·정책·제도 분야를 보완한다. 최휘영 장관은 정부 지원과 디지털·플랫폼 분야의 경험을 더하는 구조다.
문체부 체육국장이 위원회 간사를 맡고, 김대현 문체부 제2차관을 단장으로 하는 지원단도 운영될 예정이다. 이는 위원회에서 논의된 과제를 정부 정책이나 제도 개선으로 연결하기 위한 장치로 볼 수 있다.
K-축구 혁신위원회의 향후 전망
위원 명단만 보면 현장 경험과 행정, 법률, 정책이 비교적 균형 있게 배치됐다. 특히 기존 대한축구협회의 운영 방식을 공개적으로 비판했던 박주호와 국제 무대를 경험한 박지성·이영표가 포함됐다는 점은 긍정적인 신호다.
그러나 혁신위원회가 성공하려면 몇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우선 위원회의 권한과 활동 기간이 명확하게 공개돼야 한다. 단순히 의견을 제시하는 자문기구인지, 대한축구협회의 규정과 조직 개편에 실질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지 국민과 팬들이 알 수 있어야 한다.
회의 결과와 주요 논의 과정도 가능한 범위에서 공개할 필요가 있다. 한국 축구 행정에 대한 불신이 의사결정 과정의 불투명성에서 시작됐기 때문이다.
최종 혁신안에는 추상적인 표현보다 실행 일정과 담당 기관이 포함돼야 한다. 예를 들어 ‘유소년 육성을 강화한다’는 선언에서 끝날 것이 아니라, 지도자 교육을 어떻게 바꿀지, 어린 선수의 경기 출전 시간을 어떻게 확보할지, 학교·클럽·프로 구단을 어떻게 연결할지 구체적인 방안이 필요하다.
첨단 기술 도입 역시 장비를 구입하는 수준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유소년부터 국가대표까지 연결되는 선수 데이터 체계, 영상 분석 기준, 부상 관리 시스템과 전문 인력 양성 계획이 함께 마련돼야 한다.
결국 중요한 것은 이름이 아니라 실행력
박지성·이영표·박주호 등 팬들의 신뢰도가 높은 축구인들이 참여하면서 K-축구 혁신위원회에 대한 기대는 커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과거에도 한국 축구에는 여러 혁신위원회와 태스크포스가 만들어졌다. 논의와 보고서는 있었지만 실제 현장의 변화로 이어지지 못한 사례도 적지 않았다.
이번 위원회가 다르다는 평가를 받으려면 최종 보고서 발표에 그쳐서는 안 된다. 개혁 과제별 담당 기관, 시행 시기, 예산, 평가 기준을 공개하고 일정 기간마다 진행 상황을 점검해야 한다.
대한축구협회가 외부의 비판을 얼마나 받아들일지, 문체부가 축구계의 자율성을 존중하면서도 제도 개선을 지원할 수 있을지, 그리고 유명 축구인들이 상징적인 참여를 넘어 실제 변화를 이끌어낼지가 핵심이다.
K-축구 혁신위원회의 진정한 성과는 위원 명단이 아니라 몇 년 뒤 한국 유소년 선수들이 더 좋은 환경에서 성장하고, 대표팀과 축구협회의 의사결정이 팬들에게 신뢰받을 수 있느냐로 평가받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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